막막한 독서
시로군
도무지 읽히지 않는 책 앞에서 내가 택한 방법은 펼쳐진 페이지 앞에서 멍때리기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다. 펼쳐진 두 페이지 앞에서 오래 머물기.
책을 펼쳐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읽지 못해도 좋다. 매일 정해진 진도를 나가야 하는 학교 수업이 아니니까. 하지만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서 펼쳐두지조차 않으면 곤란하다. 가능한 한 자주 책을 펼쳐두도록 하자. 전혀 읽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덮게 되더라도 — P.10~13
p.70 낭만주의
발자크가 집착하는 이러한 전 시대의 고귀한 가치들은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버리는 새롭게 도래한 현대 사회의 냉정함, 무정함, 이기주의와 대결하여 패배하여 사라질 운명이다. 작가도 그러한 패배가 필연적임을 안다. 그러나 그 패배가 또 짙은 여운을 남긴다. - p.77
작가와 의견이 다름. 내가 혼자 읽었다면 도달하지 못할 생각. 독서 모임이 의미가 있구나. 할 엄두는 안나지만.
작품탄생 배경도 해석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부담 되는데. 어떤 표현에 작자의 어떤 의도가 있고, 작가 특징이 어떤지 분석하고... 피곤하다. 재미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바에 철학서나 읽지 소설 읽으며 공부·분석하고 싶진 않다. 그런 건 문학 레벨이고 내가 원하는 건 즐거운 읽기. 얕고 깊은 게 다 있으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라면 얕은 게 좋다. 금광 찾아 캐는 것도 아니고.